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로마나 베네치아 같은 유명 도시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조용하고 사색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트리에스테가 정답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향 아래 형성된 독특한 건축과 분위기, 커피 향이 가득한 광장, 바다와 맞닿은 산책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혼자 유럽을 여행하며 내면을 다독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트리에스테 솔로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우니타 광장(Piazza Unità d’Italia): 고요한 도시의 중심에서 시작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우니타 광장은 트리에스테 여행의 시작점입니다. 북쪽은 고풍스러운 시청 건물이, 남쪽은 아드리아해가 탁 트인 전망으로 펼쳐지는 이곳은 도시와 바다가 맞닿은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혼자 광장 한가운데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파도 소리가 겹쳐지며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특히 아침의 우니타 광장은 현지인들이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풍경으로 가득해, 관광지라기보다는 일상 속 풍경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트리에스테는 ‘카페 문화’로도 유명한 도시답게 광장 주변에는 수십 년 된 전통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카페 데글리 스페키(Caffè degli Specchi)’는 제임스 조이스가 자주 들렀던 곳으로 유명하며, 고전적인 실내 분위기에서 혼자만의 사색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아드리아해의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며 즐기는 에스프레소 한 잔. 혼자라서 오히려 더 깊게 느껴지는 그 고요함이 트리에스테 여행의 매력을 대변합니다.
미라마레 성(Castello di Miramare): 혼자의 사색을 완성시키는 절경
트리에스테 중심지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미라마레 성은 혼자서도 충분히 감탄할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입니다. 하얀색 대리석 외관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이 성은, 황실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이탈리아 로맨티시즘의 정수가 담겨 있는 건축물입니다. 혼자 걷는 길이 외롭기보다는 풍경에 집중할 수 있어 더 특별하게 느껴지며, 산책로를 따라 펼쳐지는 바다와 숲, 바람은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습니다. 성 내부는 유료 입장이 가능하며, 특히 아르누보 스타일의 가구와 당시 황족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전시물이 인상적입니다.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이곳은 누군가와 와도 좋지만, 혼자 와야 비로소 진짜 느낌이 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색적입니다. 미라마레 성 외곽의 정원과 해변 산책로는 트리에스테 시민들의 힐링 장소이기도 합니다.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들이 더 많아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지속되며, 혼자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으로 완벽합니다.
산지우스토 언덕(San Giusto Hill): 도시를 내려다보며 나를 들여다보다
트리에스테 시내 한가운데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이 지나치는 산지우스토 언덕은 진정한 솔로 여행자의 명소입니다. 언덕 위에는 고대 로마의 흔적을 간직한 산지우스토 성과 대성당이 있고,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집니다. 아드리아해, 붉은 지붕의 주택들, 항구까지 한눈에 담기 때문에 이곳에 오르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성채 내부는 군사 유적이 남아있어 역사적인 면모도 흥미롭고, 전망대에서는 일몰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의 조용한 분위기와 바람 소리가 큰 위로가 됩니다. 트리에스테는 시끄러운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혼자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도시’입니다. 산지우스토 언덕은 그런 도시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조용히 앉아 일기장을 펼치거나, 묵상하며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곳입니다.
트리에스테는 혼자 떠난 여행자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한 거리, 느리게 흐르는 시간, 커피 한 잔의 여운으로 마음을 채워줍니다. 북이탈리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작은 항구 도시는 혼자의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낯선 시선이 부담되지 않는 도시. 그런 도시가 주는 위로는 때로 수천 마디 말보다 깊습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위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트리에스테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